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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물

철학, 과학, 종교

염세 2020. 3. 16. 19:17

Q: 철학이란 무엇인가? - 과학과 종교와 대비해서 설명하시오. 과학과 종교의 정의, 과학계와 종교계, 철학계가 각각 제기하는 질문의 예시를 드시오. 그리고 어떻게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지 기술하고, 과학, 종교, 철학의 차이를 설명하시오.

 A: 철학, 과학, 종교는 모두 진리 탐구를 목표로 삼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학, 종교와는 구분되는 철학의 정의와 특성을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철학이 과학, 그리고 종교와 맺는 관계에 대해 살펴보겠다. 좀 더 적절한 설명을 위해 일단 철학과 과학, 종교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작업에 착수하고자 한다. ‘철학’은 좁게는 고대 그리스 로마 철학부터 근대 철학과 그것의 영향을 받은 현대 철학까지, 서양 철학의 계보를 잇는 모든 철학 분과를 의미하고, 넓게는 비교적 신생 분야라 여겨지는 철학 분과(정치철학, 역사철학 등)나 사조(후기 구조주의, 해체주의, 탈식민주의 등), 심지어는 그로 인해 재평가된 주변부 지역의 사상(가장 대표적으로는 고대 중국, 인도 등 지역의 사상)을 아우른다. 본문에서의 ‘철학’은 협의의 철학을 가리키는데, 철학과 과학, 종교의 관계에 주목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영향을 주고받았던 철학(심지어 특정 시기에 과학은 철학의 하위 분과이기도 했다)에 한정하여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본문에서의 ‘과학’은 동시대의, 혹은 적어도 근대 이후의 과학을 의미하며(근대에 이르러서 과학과 철학이 학제적으로 구분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종교는 오로지 기독교, 그것도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극단주의적인 분파를 포함하지 않는, 서구 문화에 반영된 동시에 몇몇 서구 국가들의 제도에 잔류해있는 가장 보편적인 분파의 기독교(신교와 구교. 성공회나 그리스 정교는 포함도지 않는다. 그리스 정교는 비교적 초기에 그리스도교의 계보에서 이탈한 것으로 보이며 성공회는 그리스도교 전체를 대표할 수 있을 만큼의 세력이 없다)의 기독교를 의미한다.
‘과학’은 고대에는 ‘철학’의 일부였고, 중세에는 기술의 일부였다가 근대에 이르러 비로소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근대에는 현존하는 대부분의 인문학 분과를 아우르는 범주가 곧 철학이었다)과 대비되는 성격을 가진 학문(동시에 사상, 사조 등)으로서 부상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철학’과 ‘과학’은 성질이 같다고 여겨졌다. 최초의 철학적인 질문은 세계와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과학 역시 이러한 질문을 공유했다. 중세에 종교 및 신의 권위가 부상되면서 철학은 신학을 좀 더 잘 이해하거나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고, 근대에 교회 권력이 무너지고 그와 견줬던 왕권이 타도되면서 신학으로부터 처음으로 신학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아닌, 그 자체만으로 존재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며, 신이 아닌 인간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철학이 처음 등장했다. 당연하게도 이 모든 설명은 서구의 것을 기준으로 삼는데, 철학과 과학과 종교를 최초로 정의하거나 정의하려 시도한 이도, 그리고 그를 계승하고 설파한 이도 서구인이었기 때문이다(여기서 누가 서구인이고 왜 서구인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세계 주변부의 사유 체계는 대부분 서구의 것에 의해 대체되었다는 것이 요점이다). 현대에 활동하는 서양 철학자들은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활동했던 철학자들과 인종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런 공통점이 없을지도 모른다(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그들이 반드시 인종적으로 일치했다고 장담할 수도 없게 된다). 크게는 고대 - 중세 - 근대로 구분되는 서양 철학은 하나의 일관된 계보로 보이지만, 고대 철학이 중세 철학으로 변모한 것은 중세 철학이 근대 철학으로 탈바꿈한 것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모호하고 불연속적인 사건으로 보인다. 이는 양자 간의 시공간적 연속성과 연관성이 떨어지며, 근대나 현대에 이르러서 누군가가 양자 간의 연관성을 ‘발견’(발명)하기 전에는 아무도 고대 철학과 중세 철학이 다른 시대에 존재하면서도 공통된 성질을 가진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어쩌면 고대 철학 문헌을 보관하고, 소장했던 아랍인들 중 일부는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사실’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요컨대 고대 철학을 기준으로 했을 때 철학은 동시대의 과학의 다른 표현이었고, 중세 철학을 기준으로 했을 때 철학은 신학의 권위를 뒷받침해주는 논리로서 존재했다. 마지막으로 근·현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철학은 과학과 완전히 구분될 뿐만 아니라 대비되는 성질을 가진다고 여겨지는 학문 분과로 거듭났고, 같거나 유사한 시기에 종교는 신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학제적인 성격을 완전히 상실했다.
앞서 언급한 내용을 고려했을 때 과학과 철학, 철학과 종교를 구분하는 작업은 좀 더 용이해진다. 과학, 철학, 종교는 각각 과학적 진리, 철학적 진리(물론 최근에 부상한 철학 사조 중 일부는 진리가 존재한다는 전제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는다), 신학적 진리를 탐구한다. 때문에 과학, 철학, 종교는 탐구하는 진리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된다고 볼 수 있다. ‘과학적 진리’는 자연 세계에서 관찰, 발견, 입증되는 법칙으로 편의를 위해 이를 물리 법칙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뉴턴의 만유인력,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다(물론 이들 중 대부분은 현대에 새로 발견, 관측, 입증된 법칙 - 최신 연구 - 에 의해 반박되고 폐기되거나 내용 중 일부가 수정되었다. 다만 우리는 그것이 완전히 논박당하기 전까지 그것을 과학적 진리로 받아들이기에 과학적 진리의 예시로서 이는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탐구하고자 하는 내용과 취하는 형식이 변화하면서 철학은 그 성질이 달라졌기 때문에 ‘철학적 진리’를 규명하는 것은 과학적 진리를 설명하는 것보다는 훨씬 복잡해졌다. 그러나 ‘과학적 진리’와 대비해 봤을 때 ‘철학적 진리’는 자연 세계가 아닌 인문 세계에서 관찰, 발견, 입증되는 법칙을 의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그러나 인문 세계에서 관찰, 발견, 입증되는 법칙을 찾아내는 것은 사회학에 좀 더 부합하는 설명이기에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여기서 ‘철학’은 사회학과 구분되기 전의 근대 철학을 의미한다). 신학적 진리는 중세 철학의 전통을 계승했으나 인문 세계보다는 영적인 세계를 대상으로 하며, 신학적 세계관 내에서 발견되는 법칙을 의미한다. 또한 과학, 철학, 종교는 각 분야의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서 각각 과학적 방법론, 철학적 방법론, 신학적 방법론이 채택되는데, 신학적 방법론은 중세 철학의 방법론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철학적 방법론과 신학적 방법론의 차이는 철학적 방법론과 과학적 방법론의 차이만큼 유의미하게 크다고 보기 어렵다. 과학적 방법론은 관찰, 관측, 실험 등 방법에 의존하며, 기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반면 철학적 방법론의 내용으로는 논증, 질의응답, 이론적 정당화 등이 있으며, 철학의 유형과 하위분류에 따라서 방법론적 차이가 발생한다. 쉽게 말하자면 과학은 ‘세계의 물리 법칙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철학은 ‘어떤 가치가 가장 추구할 만 한가?’, ‘세계는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를, 신학은 ‘인간과 신은 어떤 관계를 맺는가?’ 등 신학적 인간관에 근간한 질문을 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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